"매일 가도 색다른 느낌"…2030들 '이 동네'로 몰렸다 [송영찬의 신통유통]

입력 2023-11-17 15:05   수정 2023-11-17 15:14

“성수동에 팝업스토어가 워낙 많이 열리다 보니 오늘은 어떤 팝업이 열리는지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왔어요.”

지난 10일 GS25가 서울 성수동에 운영하는 플래그십스토어 ‘도어투성수’에서 만난 주혜린 씨(20)는 “여러 팝업 중 고만하다가 와인 시음도 할 수 있다고 해서 도어투성수를 찾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요즘 도어투성수는 주 씨와 같은 20대 여성 소비자들과 일본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미국 카툰네트워크의 유명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의 팝업스토어가 오는 29일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GS25 관계자는 “주말엔 일평균 600~700명의 소비자가 팝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성수동, 2030 몰리며 상권 활성화

17일 한국경제신문과 비씨카드가 지난 1~9월 서울 주요 상권의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 성수동 상권에서의 결제 금액과 결제 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55.2%, 20.7% 늘어났다. 이는 △광화문·종로 △을지로·명동 △홍대 △가로수길 △성수동 △강남역 △여의도 등 서울 7대 주요 상권 중 압도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올 들어 성수동에선 매주 새로운 팝업만 60개 안팎이 생겨났다. 주말 단위 짧은 팝업부터 6개월 가량의 긴 팝업도 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전년대비 3.8배 늘었다. 실제 성수동 연무장길에선 ‘임대문의’란 표시 대신 ‘팝업문의’라는 현수막을 내건 빈 공간이나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글로벌 부동산서비스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발표한 ‘2023 서울 가두상권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성수동 상권의 업종 비율 분석 결과 ‘기타 서비스업’이 22.2%로 패션잡화(16.7%), 일반 음식점(14.7%)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서울 주요 상권 중 팝업스토어가 주축이 되는 ‘기타 서비스업’이 업종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곳은 성수동이 유일하다. 명동(4.1%), 강남(13.4%), 홍대(16.1%), 가로수길(5.3%), 청담(3.7%) 등 다른 곳들에선 기타 서비스업 비중이 10% 내외로 나타나는 것과 상반된다.


팝업스토어 성격도 다변화되고 있다. 초반엔 식음료 브랜드 중심의 팝업스토어가 주를 이뤘지만 이젠 ‘버버리’, ‘샤넬’, ‘자크뮈스’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까지 앞다퉈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차리고 있다. 성수동은 일종의 ‘팝업 특화 상권’으로 거듭나며 공실률도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다. 성수동의 지난 2분기 공실률은 5.8%로 명동(14.3%), 강남(19.2%), 홍대(15.9%), 가로수길(36.5%) 등과 비교해 월등히 낮았다. 얼마나 많은 브랜드가 바뀌는지를 보여주는‘상권 전환율’ 역시 33.8%로 매우 높았다.
젊은층, 팝업, 상권 간의 선순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성수동으로 몰리는 배경에 팝업스토어만 있는 건 아니다. 성수동은 1970~1980년대 성수동에 밀집해있던 수제화 공장들이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바뀌기 시작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 시내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미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하다)하다는 인식이 퍼진 덕분이었다.

‘힙지로’라는 별명이 붙은 을지로3가 일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이후 인쇄소로 가득하던 을지로3가 일대 골목은 간판도 없는 카페와 식당이 하나둘씩 생기며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 을지로동의 외식업종 매출은 전형적인 오피스 상권의 특성을 보이며 주변 상권(명동·소공동 등)과 동조화 현상을 보였지만, 최근 4년 새엔 직장인보단 젊은층들이 몰리며 주변 상권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지난 1~9월 을지로·명동 일대 상권의 결제 건수는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0.0% 떨어진 반면, 힙지로가 중심이 되는 을지로동만 떼어놓았을 때는 13.9% 늘어났다.

MZ세대가 몰린 상권에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굳어졌지만 여전히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곳들엔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기존엔 팝업스토어를 단순히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공간으로 바라봤던 기업들도 최근엔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홍보하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만들고 있다. 10일 성수동 ‘네이키드 몰트 위스키’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길수진 씨(20)는 “팝업이 있으면 다 들어가는 편”이라며 “네이키드 브랜드 전혀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된 것처럼 홍보 효과가 매우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젊은층 소비자, 팝업스토어, 상권 간 선순환 구조도 생겨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브랜드는 잠재 고객을 찾아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데 성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MZ세대의 유입이 풍부한 상권”이라며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가 인근에서 체류하며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등 성수 상권과 팝업스토어는 선순환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찬/한명현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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